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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에 해당되는 글 2건
2008/06/13 14:20

해변에 아침이 시작 되었다.

운봉이형도 지난 밤 피를 본 덕분인지 몸이 많이 나아진 듯 했고, 나도 어서 아침을 먹고픈 마음에 몇 번이나 잤다깼다를 반복했다.

리조트 우리 집 안에 있는 천장이 뚫린 샤워부스에서 따뜻한 물로 시원뜨뜻한 샤워를 끝내고, 운봉이형이 씻을 동안 반바지와 티셔츠로 옷을 입고 주변 한바퀴 돌아보고

돌아와 운봉이형과 같이 다시 바깥으로 나왔다.


아, 그러고보니 어제랑은 또 다른 느낌이네.

특히, 어젯 밤 만찬이 있었던 의자는 저런 느낌이었구나. 괜히 뜬금없이 원효대사의 해골바가지 얘기도 떠오르고.
쓰잘데기없는 생각을 닫고, 길다랗게 열린 길을 따라 la luna 레스토 랑으로 향했다.

와, 굉장히 view가 좋네! 난간 아래로 내려가면 바로 해변이고! 티켓을 주고 자리에 앉아 베이컨을 우적우적 씹었다.
운봉이형도 이것저것 맛있다며 많이 먹었다. 어젯밤과 다르게 여 행이 궤도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이것저것 먹고 해변가를 걸었다.

모래가 비 정상적으로 하얗다.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조금 지저분해진 소금위를 걷는 기분이다.

바닷가에 몸을 담그고싶어 운봉이형에게 얘기하고 리조트로 돌아와 수영팬츠로 갈아입고 돌아왔다. 방까지 오가는 시간이 짧지는 않아 15분정도를 투자해야 했지만, 이렇게 파란 바다 앞까지 왔는데 발만 슬쩍 담그다 가기엔 너무 아쉬웠기 때문.

운봉이형은 별로 들어가기 싫었나보다(애초부터 옷가지들도 안챙겨온 듯 했고). 음.. 그냥 혼자 물속에 들어갔다가, 밀썰물이 오가는 해변가에 엎드렸다 누웠다가 하며 밀려오고 쓸려 가는 물을 몸으로 읽어보기도 하고.

이런것도 고즈넉히 좋구나 하는데 왠 현지인으로 보이는 남자 꼬마애가 나한테 웃으면서 달려온다.
"뭐"
"히히흐히"

두세살쯤 되보이는 애가 자꾸 모래를 쥐어 던진다. 어쭈. 싸우자고.
난 일부러 흩뿌려 맞추지 않고 옆으로 던져 견재를 한다. 좋아하네. 얼씨구.
갑자기 모래 싸움 붙었다. 애랑 놀고있다. 그러다 이게 뭥미 싶어,
"됐어. 너랑 안놀아(한국말로)"
그러자 아이가,
"헉 뭥미"
는 아니고 -_-; 암튼 뻘쭘히 서 있길래. 그 틈을 타 운봉이형에게 돌아온다.
운봉이형은 막 이런저런 사진찍고 놀고있다.

자리에 앉아 고즈넉히 책을 집어 폈다.

매일 11시40분 서현역 막차 버스를 타는 야근생활을 할 때, 플리커에서 코사멧을 태그로 검색 해 이런 사진을 찾곤 위안을 가지곤 했다.
'나도 이렇게 이런데 누워 이 느낌을 몸소 체험해야지'

그 자유를 내가 지금 느끼니 무언가 현실 이상의 감정이 생기고 책의 글씨도 물 위의 기름처럼 잘 스며들지 않고 그냥 기분만 좋고 그랬다.
아, 이래서 여행을 오는거구나. 싶었다.

옆을 보니 운봉이형은 자고있다.

오전이 무르익다보니 사람들도 하나둘 모여든다.


형이 일어나더니 꾸무적대다, 가야된다고 한다. 벌써 열시가 넘었다.
열한시가 체크아웃이라 슬슬 일어나긴 해야하는게 현실인데, 자꾸자꾸 가자는 운봉이형이 너무 야속해 짜증 까지 날 정도였다-_-;

뭐, 가야지.
자리를 일어나 리조트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짐을 챙겨 문을 열고 나왔다.
역시 지못미. 우리가 나온 곳은 이렇게 흔적이 남는구나.


셀프 한장 찍고.

프론트에 갔다.
"체크아웃 할려고"
"아."
"여기 바늘, 어제 빌린거. 고마워"
"고마워"
"고맙긴"
"응 다 됐어 가도 돼"
"응 안녕"

어제 생각을 하니 걸어가기엔 멀지싶어 썽태우를 살펴보는데, 우리 둘이 타면 100밧을 내라고 하고, 아니면 열명이 탈때까지 기다렸다 10밧씩 내란다.

기다리겠다고 하고 기다리는데, 아 너무안와.
귀찮고, 혹시 배를 놓치면 더 손해지 싶어 썽태우 기사에게 가자고 했다.

썽태우를 타고 쭉~~~ 선착장까지 도착.
선착장에 내리는데 애들이 왜이렇게 처다보지. -_-@ 나는 한국에서 일본이나 유럽애들 지나갈 때 안처다보는데..

등에 가방을 맨 채로 서서 기다리고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멍히 바닥을 보는데 천장 천을 통에 투영된 햇빛과 그림자가 바닥에서 댄스 협연 하고 있길래 영상으로 담아 봤다.

슬슬 짜증이 날 무렵, 배가 와서 타고 겨우 빈 자리를 잡아 탔다. 자리도 없는데 사람들이 막 들어찬다.

팔과 다리를 배 바깥으로 내어놓고 턱을 배 옆 벽에 걸치고 바다를 응시한 채 삼사십분이 지났을까 반페에 도착해 내렸다.

버스표를 끊어야지 싶어 터미널로 가서
"이거 버스티켓으로 교환하려고."
"응"
심심해서 유리창너머 직원 모니터를 쳐다보니,
"자리 원하는데로 찍어줄까?"
" ㅋㅋ응. 여기랑 저기"
"^^"
"^^"

표도 받았겠다, 시간이 좀 남아 점심을 먹고 떠나기로 하여 터미널 밥집으로 갔다.


마지막 점심이겠거니 싶어 영상으로도 담아보고,


여행 중에 생전 찍지 않았던 음식사진도 찍어본다((난 이상하게 음식사진은 찍기 싫더라)).

밥을 다 먹고 버스 시간을 기다리며 죽치고 있다가, 버스에 다시 올라타,

방콕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도착하면, 내리고, 출발하고, 공항에 내리고, 비행기 타면, 인천에 내리고. 끝.
아 답답해.

해보지 못한 것도, 채워지지 못한 것도, 느끼지 못한 것도 많은데. 벌써 끝이라니. 맙소사.
우리나라에 골든골 먹고 16강 탈락한 이탈리아 선수들처럼 억울하고 먹먹한 마음에 잠 도 안오고 바깥 풍경 하나라도 머릿속에 가슴속에 더 캡쳐하려고 눈을 껌뻑껌뻑인다.

껌뻑껌뻑
껌뻑
-_-
zzzzz
잤다.

입에서 흘러 팔뚝에 도착한 축축한 침에 잠을 깨고보니 방콕에 거의 다다랐다.
"아, 썅 잤네."

가기 전에 할 수 있는 의미있는 행동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 이런마음으로 여행을 시작하고 떠났다면 5일이 지난 이 시간동안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반성도 되 었다. 그러다가도, 뭐 그렇게 빡쎄게 여행 할 필욘 없잖아, 이런 생각도 들다가.

암튼, 태국에오면 태국마사지를 꼭 받아보라던데 우린 쇼핑이나 하고 클럽이나 가다가 그런데도 안가봤다.

마침 나랑 비슷한 텐션으로 꾸벅이던 운봉이형에게 도착하면 잠깐 마사지나 받고 가자고 하니, 흔쾌히 그러자고 한다.

이래저래 운봉이형이랑 얘기하다보니 벌써 에카마이에 도착했다.

"동전 좀 줘봐"
엥 왠 동전.
"전화 좀 하게"
흠, 그제 클럽에서부터 사이가 심상치 않더니, 그때 만났던 친구에게 전화를 하려나보다.
운봉이형은 전화부스에서 수 화기를 돌리고 있고, 난 근처에 괜찮은 마사지샵이 있나 두리번두리번 거리는데, 이건 뭐 도심 분위기는 나지만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
"뭐래요?"
어느덧 전화 끊고 나오는 운봉이 형에게 물으니,
"몰라 아 영어 진짜 못해"
만나서 얘기 할 땐 그래도 대화 좀 되는 것 같더니. 로맨스도 끝인가 ㅎ

어디 마사지샵있을만한 길가로 걸어가고 있었다.
한 10분쯤 걸었을까,

'BODY MASSAGE SHOP'
"오! 저깄네"
"저기 좀 작다. 가다보면 더 좋은데 있을거야 거기로 가자"
"넹 저기 그럼 일단 찍어보고"
솔직히 무슨 편의점같이 생기긴 했 다.
조금 더 걸어가니, 큰 광고판이 보인다.
"저거 마사지샵이지"
"그렇네요 오"
광고판의 표시대로 꺾어들어가니 엄청 크고 고급스런 마사지샵이 나타났다.

문이 열리니 나긋나긋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차를 내어온다. 외국인들을 주로 받는 마사지샵인듯 카운터에서 영어 좀 된다.
어디 아픈덴 없는지, 특별히 관리받고 싶은덴 있는지, 이런저런 질문으로 구성된 건네받은 폼을 작성하고 되건네주니 방으로 안내했다.
샤워를 하고 민망한 태국 속옷을 입고 가운을 걸치고 놀다가

엎드려 자고있으니 마사지사가 들어왔다.

쫌 아프다;;;;;;;;;;;;;
"천천히 하세염"
"????????"

영어를 하나도 못한다.
한시간 가량 묵묵히 마사지를 받고 다시 나왔다.

그래. 태국 와서 마사지 했다.

운봉이형이 먼저 나와서 카운터에 콜택시를 부탁했다.
다음에 또 만나요. 카운터 누나의 한마디에 우리는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하이웨이로 갑시다"
"넹"
운봉이형은 택시기사에게 하이웨이로 가줄 것을 부탁했고,  막히는 수쿰빗을 뚫고 택시는 달렸다.

하이웨이에서 무슨 사고같은것도 나있고 전체적으로 조금 밀리는 듯 했으나, 공항에 적당히 도착했다.
아~~~~~~~~~ 공항이네 다시.

익숙하게 수속을 밟고,
티켓을 얻고.

면세점으로 들어가 남은 시간동안 무얼 할까 하다가 밥이나 먹기로 하여 일식집에 앉았다.
뭐야, 비싸잖아. 고작 우동 하나에 4~500밧이나 하다니.

뭥미 싶다가도 운봉이형이 국물있는거 먹고싶다고 하고 뭐 이걸로 적당하지 싶어 캘리포니아롤 하나와함께 우동을 두개 시켰다.
어떻게먹었는지도 모르고.
그리고, 어떻게 걸어서,
어떻게 들어가니.

정신을 차리니 게이트 앞 의자에 앉아있다.
현재를 먹지않고 현재를 걷지않고 현재를 들어가지 않고 치환한 과거를 떠올리며 시간을 굴렸다.

밤10시 비행기를 타고, 새벽 6시에 인천에 도착할테니, 그리고 곧바로 회사로 출근해야하니 숙면하지않으면 큰일이다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타고 벨트 풀르면 곧바로 맥주 한캔 달라고하고 먹고 골아떨어져야겠다"

그리곤, 시간이 지나 비행기를 타고 벨트를 묶고 곧바로 골아떨어졌다-_-.
또 시간이 조금 지나 눈을 뜨니 벌써 방콕을 넘어섰네,

이 사진을 한번 찍고 다시 한번 눈을 감았다
뜨니.
여기는 한국인듯, 태국에서도 한번 못 본 일출을 비행기 안에서 자외선샤워와 함께 맞게 된다.

뭐했지...?
근 일주일동안 뭐했지?
아, 지금 생각하고 정리할 필욘 없잖아.

땅에 닿은 비행기는 활주로를 빙빙 돌고, 머릿속은 정리안되서 빙빙 돌고. 운봉이형 손목시계도 출근시간을 향해 빙글빙글 돈다.
운봉이형은 빨리 집으로 가고싶은지 엄청 빨리 걷는다 무슨 경보하듯이.

한국인 라인에 줄을 서고.

나도 줄을 서고.

모든 수속을 다 밟고 바깥으로 나왔다.

"나는 강남가는 버스 타고,"
"네, 저는 서현 가는거 타야죠"
"어 잘 들어가고 조만간 또 만나서 여행 뒷얘기 하자"
"네 형 잘 들어가세요. 집에 들어가시면 노트북에 사진 주세요"
"어"

출구를 나서니 이거 뭐야, 한국이 춥다!
빈팔 삼선 추리닝복을 꺼내입고 서현행 버스를 탔다.

또 잠이 들고, 눈을 뜨니 서현이다.

아, 회사에서 나와서 여행 시작이었는데 회사로 여행이 끝나네.

혼자 내려 걸어가며 별 밀려온 생각들이 다 떠오른다.
항상 둘이 걷다가, 이젠 혼자네, 라는 생각도 들고.
고작 20시간도 안되는 시간에 그 시원하고 따뜻한 바다에 누워있었 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적응 안될 줄 알았던 서현동에 놀랍게도 무척이나 침착하게 적응하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여행 중 만났던,나에게 말을 걸었던 아이들도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뭔가 여행을 내 머릿속에서 정리 해야 하겠는데, 정리가 도저히 안된다.
가기전엔 조마조마 했고, 가선 즐겁기만 했고, 와선 아쉽기만 하고.

"에이 몰라. 나중에 또 한번 갔다와서 생각해보지 뭐."

미련하게 생각을 미루고,
떠나는 날과 같이 엘리베이터에서 또 한번 사진을 담을 때

여행은 비로소 끝이 났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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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2 14:16

기적같이 눈이 떠졌다.
운봉이형도 아침에 눈을 떴다. 기적의 연속이었다.

근데 아침을 먹을 여력까진 안되었다. 아침 제공시간 limit인 10시에 고작 10분을 남겨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쳌아웃 시간이 10시인가? 하는 두려움에 프론트로 가서 물었다.
"쳌아웃 몇시야?"
"열한시"
"아 고마워"
"어"
주섬주섬 몸을 씻고 짐을 챙기고.



미안하지만 카오산에서 산 50밧짜리 쪼리는 재끼고 짜뚜짝에서 산 100밧 짜리 쪼리를 신고.

50밧짜리 쪼리는 버릴까 하다가, 가방이 꽉차 담지못한 흰색 운동화 코르테즈와 함께 한 비닐봉투에 넣어 같이 가지고 다니기로 하고 손에 쥐었다.
열한시가 다 될 무렵 서로 준비가 되었다 하여 짐을 챙기고 내려왔다.
프론트로 갔다.
"쳌아웃 하려고"
"아 계산해줄게"
"어"
"셔츠 세탁비랑 음료 먹은거랑 이것저것"
"어 맞아 돈 줄게"
"응"
"여기"
"응 받았어. 다음에 또 봐 "
"안녕"

나가기 전에 운봉이형이 담배 한대 피자고 해서 테라스에 앉아 피는데,
생각해보니 에카마이 터미널로 가야되긴 하는데 어떻게 가야할 지 몰라. 택시를 타야하나?
택시기사가 우리 발음을 못 알아들으면 어쩌지?
프론트로 다시가서 물었다.
"에카마이 터미널로 가려고 하는데"
"어"
"뭐라고 말 해야해? 그리고 종이에 써줘."
"알았어(쓰윽쓰윽)"
"이거 뭐라고 읽어?"
"꼰쏭 에까마이"
"콘 송 에카마이"
"응"
하더니 영어 스펠링을 종이 쪽지에 적는다.
"K...O.....N...S..O...N...G"
그러더니 에카마이는 못적고 나만 보고 베시시 웃는다.
"아 이해했어. 괜찮아"
"헤헤"
"고마워, 잘있어"
"헤헤(끄덕)"

운봉이형도 담배를 다 피웠네. 배아프다면서 담배펴도 되나..
"형, 가요"

택시를 잡아타고 말했다.
"꼰쏭 에까마이"

뭐야, 택시가 움직이네. 종이 안보여줘도 되잖아. 내 발음 괜찮나보다.


시간이 지나 이윽고 에카마이 터미널에 도착하고, 표를 구매했다.
왕복 버스표랑 거기 왕복배삯까지 얼마 안비싸네. 은근히 싸게 구매했다.
생각해보니 아침도 안먹었고, 점심시간도 되었고 해서 남는 시간에 볶음밥을 한 그릇 비우고(운봉이형은 배 아프다면서 밥을 또 다 먹네)

화장실도 갔다오고(유료라니! 3밧).

이 차는 파타야 가는거고..
티켓 확인을 한 후에

어서가자는 운봉이형을 따라 차에 올라 탔다.
목이 마를 것 같아 물을 샀는데 작은 물병을 하나씩 주네. 에이 돈아까워.
근데, 코사멧으로 간다는 긴장감이랑 흥분감보다는, 아, 방콕은 이제끝이구나. 하는 아쉬움이 먼저 찾아드는 걸 보니 난 아직 여행에 익숙하지 못한가보다.

뭔가 모자란 마음을 뒤로하고 음악을 꼽고 책을 펴고 운봉이형은 배아파서인지 자고 나는 멍하니...
가방을 아래 놓으니 뭔가 굉장히 비좁다. 다른데 놓을 곳도 없다. 으으... 어떠카지.
어떻게 어렵게 각을 맏늘어놓곤 책 읽는것도 포기하고 음악도 끄고 멍하니 있다.

앞을 보니 모니터에서 주성치 영화가 하고 있다. 제목은 모르겠고..
맨 처음엔 태국말을 하길래 태국영화에 주성치가 출연했나 싶었는데, 더빙이었다.
별로 재미도 없는데 끝까지 다 보고, 음악을 귀에 꼽고 기나긴 시간을 보낸 끝에 ban phe에 도착했다.

4시간이 넘게 버스를 타서 그런지 몸이 좀 피곤하지만, 좋았어. 티켓을끊고, 이제 배를 타야지.
그런데, 앞에 표지판이 써있다. "20명 이상 있어야 출발해염"
저기 하이네켄을 손에 쥔 영국인으로 보이는 병나발 커플, 그리고 우리 둘. 저기 현지인 애 두명.
열네명 남았구나-_-;
막막해서 앉아있는데 뭔가 좀 허전하다.
응?
한 손에 쥐어져있어야 할 비닐봉투가 없다...?
"내 코르테즈."
"어?"
"내 나이키"
"?"
"형. 저 형한테 할 말 있어요"
"뭔데"
"저 지금 착잡해요"
"왜"
"저 쪼리랑 신발 잊어버렸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
"어디서"
"-_-아마 터미널에서"
"ㅋㅋㅋㅋ"
"아~~~~~~~~~"
아~~~~~ 사람도 안오고 짜증난다. 신발 반년도 안신었는데. 먹먹한 마음에 바깥으로 걸어나가 하이네켄을 한병 사와 영국인 커플 옆에서 병나발을 분다-_-.
운봉이형은 나보고 알콜중독자라고 놀린다.
사람은 아직 열명정도 남았다.
영국인은 선착장 현지 직원한테 자꾸 뭐라고 한다 "오래 기달렸잖아 그냥 가자" "아 아직도 열명이야" "으악"
현지인은 그냥 베시시 웃는다.
그 영국인도 웃고.

그렇게 있는데, 하이네켄을 반병즘 목에 붓고 멍하니 있다보니 스무명이 다 되어 배에 올라 탔다. 물론 코르테즈는 이제 까먹었다.
배를 탔는데 우와 엄청 재미있네!

운봉이형은 하루종일 배아파하더니 지금은 멀미를 할까 두려워하고있고.
같이 탄 영국인 커플 중에 아저씨가 운봉이형 카메라를 관심있어한다.
"이거 어디꺼야? 얼마야?" 질문이 꼬리를 잇고.. "한번 써봐도 돼?" 몇번 찰칵 하더니 좋아한다. thumb up!

배가 점점 속도가 붙어 재미있어진다. 운봉이형은 배멀미를 하는지 엎드려있다.
그 아저씨가 저 앞 뱃머리에 갔다오더니, 아줌마한테 말한다 "저 앞에 짱이야!"
재밌나보네, 나도 가봐야지.
와.......... 짱이다

이러다저러다 보니 다 도착했다.
운봉이형은 좀 똥씹은 표정이다. 몸이 많이 안좋나.

내려서, 썽태우를 탈까 어쩔까 하다가 걍 걸어가기로 한다. 걸어가다 안내문도 보고,
많이 걸었는데 잘 모르겠어서 물어물어 리조트에 도착했다.
꽤 좋네!  짐을 풀고 바깥에 잠깐 나가본다.

바닷가다.
뭐야.... 돌덩이들만 있고 해변이 없다. 이건 뭥미........ 이건가?
조금 실망한 마음을 가지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돌아왔다.
옷을 갈아입고 운봉이형과 나와서
사진도 좀 찍어보고



다른 입구로 나와본다.
와.......... 여기구나 해변이!
이미 해질녂이었지만 진짜 멋있었다. 사람들도 많이 있고...

까만 해변을 막 거닐다가 뭐라도 먹기로 하고 좋은곳을 골라골라 자리에 앉았다.
사람들도 엄청 붐비고 애들은 주문을 받을 생각도 안한다.
구운고기, 그리고 이것저것과 음료를 시켰다.

뒤 스테이지에서 현지 가수가 노래를 부른다. 너무 감미롭고 잘 부른다. 사람들도 즐기고있고, 지금이 너무 좋다. 느낌을 동영상으로 담고 싶은데, 카메라를 놓고 온 것이 한스럽다.

즐기고 있는데, 정말 고기 한마리를 아무 조리 없이 통째로 구워 소금을 뿌려 가지고왔다.
그래도 나름 먹을만 했다.


다 먹어갈 무렵 현지인들이 앞에 주루룩 모이더니 불쇼를한다.
대단한 스케일이다. 뒤에 사회자가 한명한명 소개를 하더니 음악에 맞추어 퍼포먼스를 펼친다.
한 시간 가까이 퍼포먼스를 펼치며 운봉이형은 그들을 사진으로 담기위해 앞으로 걸어나가 사진기자처럼 순간을 담는다.

근데 이상하다, 음식이 계속 안나와. 일하는 꼬마애를 불러세워,
"음식이 안와"
"시켰어?"
"어 네개 시켰는데 하나밖에 안먹었어. 한 시간이나 지났다고"
"알았어. 체크해 볼게"

이게 한 서너번 지나치니까 슬슬 열받아서 더 열받기 전에 그냥 나가기로 하고 먹은 구운고기만 계산하고 자리를 떴다.
돈도 없다 싶어 집에가서 돈도 가지고 카메라도 가지고 나오자 하여 리조트로 돌아갔다.

운봉이형은 계속 배가 아픈 모양이다. 심해진 것 같다.
 방에 들어서니 죽을 것 마냥 계속 시름시름 알듯모를듯한 말들을 어쩌고저쩌고 한다.
 너 혼자 나가서 놀다 오라니 어쩌니 하면서.
순간 짜증이 나다가도 어떻게 해야 아픈게 나을까 싶어 혼자 두고 바깥에 나왔다.

체한 것도 같다길래 바늘도 구하던 것이 생각나, 체했을때 먹는 약도 얻고 바늘도 얻고 의술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도움을 구할까 싶어 프론트로 갔다.

"안녕"
"안녕"
"복통이 있는데 약 좀 구할 수 있니?"
"어떻게 아픈건데. "
"음.."
"뭐, 많이 먹어서 그런거니..?"
"어 맞아. 그런거. 빨리 먹다가"
"아 잠깐만 (............) 약이 없어 미안해"
"헉, 이 근처에 약국 있어?"
"있는데, 지금은 문을 닫았어"
"병원은?"
"병원도 닫았어. 심하면 내일 아침에 한번 가봐"
"알았어. 음.. 바늘은 있니? ok, hm.. and then, can i get a needle?"
"어?"
"바늘 a needle."
"..?"
순간 흰셔츠 사건이 생각나 얼른 종이와 펜을 구해 적었다.
"can i get a needle....?" 옆에는 바늘을 그린다. 내 발음이 그렇게 안좋나? ㅠ_ㅠ.............
"아~!"
다행이 있나보다, 바늘과 실을 얻었다.
"내일 갔다줘야해"
"물론이지, 고마워"
"천만해"
다시 방으로 찾아가려는데 어딘지 기억이 안나 한참 헤매어 거의 운으로 방에 도착했다.
"형"
"어, 오 이거 어디서 났어"
"프론트에서 구해왔어요."
"따야겠다"
운봉이형은 손가락 하나하나 다 따더니 열 손가락 피를 보고서야 한숨을 쉰다.
나는 계속 배가고파 궁시렁궁시렁대니 운봉이형이 좀 나아진 것 같다고, 뭣 좀 먹자고 문을 나선다.

열시가 약간 넘은 시각, 밥을 먹으려고 여기저기 들러봤는데 다 문을 닫았다고 하고 영업이 끝났단다.
아.. 배고픈데, 어쩔 수 없이 세븐일레븐에 들러 전자렌지에 돌려먹을 요리들을 고른다.
"여기 전자렌지 사용할 수 있어?"
"어"
"고마워"
운봉이형은 볶음밥, 난 스파게티, 하이네켄 두캔, 그리고 콜라 두캔, 과자 몇개. 주섬주섬 사고 전자렌지에 음식들을 돌리고 기다린다.

편의점 문앞에 개가 늘어져있다.

일어나.

어쭈, 눈을 감고.
개한테 시비걸다보니 요리가 다 되어 들고 나섰다.
돌아오는길에 노점상에서 소시지를 팔고있길래 먹자고 하고 멈췄다.

"이거 얼마에요"
"20밧"
"아, 2개 주세요"
"넹"
아줌마랑 딸인듯 한 둘이서 장사를 하고 있는데, 딸은 영어를 완전 못하고 엄마는 조금 하시는 듯 했다.
데우고 있는데 딸 동생인듯 하는 애가 오더니 우리를 힐끗 보더니 가족한테 뭐라고 묻는다.
"꼬리? 니혼?"
한국인이야 일본인이야? 하고 묻는 것 같길래 대답을 가로첸다.
"코리아.."
"헤헤"
"헤헤"
분위기가 밝아졌다. 딸이 엄마한테 뭐라고 한다.
"얘가 너 잘생겼데"
"히히"
"너랑 같이 가고싶데"
헉, 뭥미 어딜 같이가.
순간 센스를 발휘하여, 대답했다.
"내일?"
"ㅋㅋㅋ"
"ㅋㅋㅋ"
"ㅋㅋㅋ"
파리가 날아다니길래 잡으면서 이런저런 소소한 얘기를 하다가 소시지가 다 익어 집고 돈을 내고 자리를 떴다

.
운봉이형은 배가 좀 괜찮은지, 아니면 식욕과 고통은 따로인지 소시지 꼬치를 막 먹는다.
리조트에 도착하여, 분위기를 좀 내기로 하고 바깥 테이블에 짜뚜짝에서 사온 초를 켜고 모기좀 덤비지 말라고 아로마 향초를 피운다.
마지막 밤, 마지막 만찬인 것이다.
괜찮네.

밥을 다 먹고 들어왔다. 모기에 꽤 물린 것 같다;;;;;;;;;
모기가 무서워 이불속으로 들어가 운봉이형과 쓸데없는 얘기를 하다가,
이젠 누워서 천장에 팬을 바라보다 혼자 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밤이 깊어간다. 내일이면 돌아갈텐데, 아니. 이런 생각 하지 말아야지. 내일 아침 따뜻한 해변을 즐겨야지.
어, 그래, 어서 잠들자.

눈을 감자마자 나는 잠들었다. 아니,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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